양화진문화원-홍성사,『로제타 홀 일기 6』 출간
2년 만에 6권(선교일기 4권, 육아일기 2권) 출간 완료
한국에서 2대에 걸쳐 77년 동안 의료선교사로 헌신한 홀 선교사 가족 중 가장 먼저 한국에서 선교사역을 시작한 로제타 셔우드 홀(Rosetta Sherwood Hall 1865~1951)의 육필일기 『로제타 홀의 일기 6-셔우드 홀 육아일기』가 양화진문화원과 홍성사에 의해 출간됐다.
양화진문화원과 홍성사는 2015년 9월에 『로제타 홀 일기 1』을 처음 출간했으며, 이어 2016년에 3권(3월-『로제타 홀 일기 2』, 7월-『로제타 홀 일기 3』, 11월-『로제타 홀 일기 4』)을 출간했으며, 2017년에 2권(6월-『로제타 홀 일기 5:셔우드 홀 육아일기』, 11월-『로제타 홀 일기 6:에디스 마가렛 홀 육아일기』)을 출간함으로써 6권 시리즈 출간을 마무리하게 됐다.
초창기 선교사의 삶을 온전히 보여주는 역사자료
양화진문화원과 홍성사가 출간한 『로제타 홀의 일기』는 선교일기 4권과 육아일기 2권 등 모두 6권으로 구성되었다. 선교일기 4권은 로제타 홀 선교사가 한국 선교사로 오기 위해 미국 뉴욕 집을 떠난 날부터 시작하여 자신의 뒤를 따라 한국에 온 남편 윌리엄 홀 선교사가 내한 3년 만에 순직하기까지의 선교활동을 기록하고 있고, 육아일기 2권은 홀 선교사 부부의 두 자녀, 셔우드 홀과 에디스 마가렛 홀의 출생과 육아과정을 담고 있다. 특히 로제타 홀은 일기 속에 수많은 사진과 자료를 첨부했고, 매년 생일마다 두 자녀의 머리카락을 붙여놓고 손가락을 실제 크기로 그려놓는 등 ‘선교와 자녀양육 기록의 보고’라고 말해도 될 만큼 다양한 자료를 풍성하게 수록해 놓아 오늘날 초창기 내한 선교사들의 선교활동은 물론 당시 한국 사회의 내면, 자녀 양육의 어려움에 대해 많은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로제타 홀 일기』는 슬픈 이야기다. 선교일기 4권은 남편 윌리엄 홀 선교사의 죽음으로 막을 내렸으며, 두 자녀의 육아일기 역시 어린 딸 에디스의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가장 사랑했던 두 사람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은 일기 전체의 분위기를 슬픔으로 압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일기를 통해 로제타 홀의 믿음이 성숙해지는 과정을 만날 수 있고, 한국인들을 향한 그녀의 진심어린 사랑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다양한 자료와 세밀한 설명을 통해 당시의 상황도 엿볼 수 있다.
로제타의 마음을 보여주는 성경구절들
로제타 홀은 매일매일 일기를 시작하면서 그날의 상황을 상징하는 성경구절과 시 한 구절을 기록했다. 이는 로제타 홀이 날마다 새롭게 선교사로서의 사명을 다짐하고, 그날의 상황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된 하나님의 섭리와 사랑을 성경과 시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성경구절을 보자.
로제타는 한국으로 가기 위해 집을 떠나는 날과 다음날 일기에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곡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빌 2:5)’,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곡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빌 2:8)는 성경을 맨 앞에 적었고, 제물포항에 도착한 1890년 10월 13일 일기는 ‘여호와의 눈은 그 경외하는 자 곧 그 인자하심을 바라는 자를 살피사(시 33:18)’라는 성경구절과 ‘모든 걱정과 염려를 주님께 내려놓습니다. 선택은 당신의 것이옵고 우리의 본분은 행하며 견디는 것입니다’라는 자신의 기도로 시작하고 있다. 남편 윌리엄 홀이 한국 선교사로 발령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날(1891년 7월 20일) 일기에는 ‘포기하지 않으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갈 6:9)’라는 말씀이 적혀 있고, 결혼 후 남편과 북한산에서 야영을 하며 사랑을 나누던 날(1893년 7월 26일) 일기에는 ‘무엇보다도 뜨겁게 서로 사랑할지니(벧전 4:8)’라는 성경과 ‘인생의 최대 행복은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이다. 내가 나이기에 사랑받는 것, 아니 내가 나임에도 불구하고 사랑받는다는 확신이다’라는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글을 함께 적었다.
셔우드가 태어난 1893년 11월 10일 일기에는 ‘이제 당신의 말씀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 이 아이를 어떻게 기르며 우리가 그에게 어떻게 행하리이까(삿 13:12)’, ‘그의 평생을 여호와께 드리나이다(삼상 1:28)’, 에디스가 태어난 날(1895년 1월 18일) 일기에는 ‘주는 고아를 도우시는 이시니이다(시편 10:14)’라는 말씀을 적었고, 남편 순직 후 처음 쓴 셔우드 육아일기(1894년 12월 10일)와 에디스와 영원히 이별하던 날(1898년 5월 25일)에는 ‘인자야 내가 네 눈에서 기뻐하는 것을 한 번 쳐서 빼앗으리니 너는 슬퍼하거나 울거나 눈물을 흘리거나 하지 말며(에스겔 24:16)’라고 기록했다. 특히 유복자로 태어난 에디스 육아일기에는 유독 ‘고아와 과부’에 관한 성경구절이 자주 등장하고 있어 당시 그녀의 속마음을 느낄 수 있다.
한국에서 선교사로서 버티게 해준 힘, ‘엄마의 사랑’
『로제타 홀 일기 6-에디스 마가렛 홀 육아일기』는 유복녀로 태어난 딸 에디스 마가렛 홀의 출생부터 그가 죽을 때까지의 과정이 기록되어 있는데,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즉, ①에디스가 태어난 1895년 1월 18일부터 약 2년 반 동안 미국에서의 생활을 기록한 부분, ②로제타 홀과 셔우드, 에디스가 다시 한국을 향해 미국을 떠나는 1897년 10월 27일부터 에디스의 죽음(1898년 5월 23일)과 양화진에 묻힌 아빠 곁으로 가는 1898년 5월 26일까지 기록한 부분, 그리고 ③에디스를 양화진에 묻은 후 2년 동안 딸의 생일과 기일을 맞아 로제타가 기록한 1899년 1월 18일에서부터 1900년 5월 23일까지의 기록으로 나눌 수 있다.
에디스는 남편을 잃은 엄마의 위로자였다. 가끔 병치레를 했으나 비교적 건강했고, 가족들의 사랑을 이끌어내는 천사 같은 아이였다. 그리고 에디스의 존재는 결국에 로제타로 하여금 한국에서 못다 한 선교사의 사명을 이어가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한국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부터 에디스는 여러 차례 병으로 고생을 했고, 결국 한국에 도착한 지 6개월 만에 엄마의 임지인 평양에 도착한 직후부터 심한 이질에 걸려 고생하다가 1898년 5월 23일, 7년 4개월의 짧은 일생을 마치고 양화진 아버지 곁에 묻혔다.
이처럼 에디스의 출생부터 죽음까지, 그리고 이후 딸을 잃은 엄마의 고뇌까지 기록한 로제타가 기록한 에디스 육아일기에는 에디스의 치료과정을 세세하게 기록한 병상기록이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병에 걸렸을 때마다 매일매일 치료과정과 회복과정을 기록해 일기 속에 덧붙여놓았다. 특히 한국에 돌아오는 배안에서 시작돼 서울에 도착한 이후까지 약 40여 일 동안 앓은 폐렴 치료 기록, 1898년 2월에 걸린 홍역 치료 기록과 결국에는 죽음으로 이어진 1898년 5월 1일부터 23일까지의 이질 치료 기록은 매 시간마다 에디스의 증세와 그에 따른 처치기록, 그리고 엄마의 애끓는 마음이 분 단위로 기록되어 있다. 로제타 홀의 육아일기는 한 선교사의 자녀 양육에 관한 기록임과 동시에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한국 의료선교의 실제적 상황을 마치 역사기록화 같이 보여주는 소중한 역사자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이 자신을 한국에 보낸 이유를 묻다
에디스를 하늘나라로 먼저 보낸 후 로제타는 상당 기간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로제타는 에디스가 죽은 후 2년 동안의 일기를 덧붙여 기록했는데, 하나님이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두 사람(남편과 에디스)를 먼저 데려갔는가에 대한 고뇌와 갈등이 적지 않게 드러나 있다. 기독교인으로서, 그리고 선교사로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을 못마땅해 하면서도 치유되지 않는 아픔에 힘겨워했다. 로제타는 에디스가 죽은 지 2년 되는 날에 기록한 에디스의 육아일기에 이렇게 기록했다.
엄마는 엄마의 마음을 진찰해 보려고 했으나 자신의 병을 진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는 이러한 손실이 최선이었다고 느끼고 싶은 곳까지 엄마 자신을 이끌어 오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가끔은 멀리 떨어져서 이 시처럼 느껴보는 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주께서 내 보물 창고에서 내 손을 비우셨네 그리고 주의 언약의 사랑을 나타내셨네 내 아픈 마음에는 상처가 없었네 주의 호흡의 향기로 치유되었네” 그러나 아직 엄마는 이러한 상처들이 아물기를 바랄 수 없다. 그것은 마치 사랑하는 사람들을 잊어버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너무나 어리석어 보이고 나중에 엄마에게조차도 틀림없이 근시안적으로 보이겠지만 엄마는 그 상처들을 안고 치유받기를 거부하면서 살아간다!(1900년 5월 23일, 수요일 일기 중에서)
그리고 일기의 끝을 예레미야서 말씀으로 마무리했다. 그녀는 자신의 상처가 치유되기를 바라지 않았으며, 대신 그 상처를 가슴에 품고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을 감당하고자 힘겨운 발걸음을 앞으로 내딛었다.
“주께서 나를 징벌하시매 멍에에 익숙하지 못한 송아지 같은 내가 징벌을 받았나이다 주는 나의 하나님 여호와이시니 나를 이끌어 돌이키소서 그리하시면 내가 돌아오겠나이다”(1900년 5월 23일 일기에서)